연구계 발전 위한 `트리플 패키지'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5-07-10     조회 : 5,846  

필자는 12년째 대학에 재직 중인데 소위 연구중심대학에 있다 보니 연구실에 열댓 명이 넘는 수의 대학원생들이 석사 및 박사학위 과정으로 들어와 거의 24시간 생활하면서 내 지도를 받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했을 때와는 달리 학사도 대학원과 동일한 대학출신이 아니라 다양한 대학의 학부 출신 학생들이 들어와 있다. 거의 같은 점수대의 수능을 보고 들어온 학부보다는 대학원에서 더 다양한 범위의 배경과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혼재한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외국인 학생들도 들어와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학원생들 간의 학부 출신 대학의 유명도, 연구능력, 영어논문 작성 등에서 수준차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로 인해 불안해하고 자신감이 결여되고 위축되는 학생들이 나오는 것이 문제이다. 대학원도 연구의 기능이 있지만 또한 교육기능도 중요하므로 내 연구실 학생들이 잘 교육 받고 나름대로 좋은 직장이나 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 교수인 나의 의무이다.

이러한 학생 지도에 있어서 채찍과 당근이 필요한데 특히 자신감이 떨어진 학생들에게는 자신감의 회복이 자기 발전의 큰 필수 요소이므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지도교수의 중요한 임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몇 달 전에 큰 화제가 되었던 명량의 이순신 장군이 휘하 수병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뀌도록 유도한 것은 지도자로서의 큰 업적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특히 타 학부를 졸업하고 필자의 연구실에 들어와 적응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약하고 불안감에 사로잡힌 학생들을 보면 최근에 출간된 ‘트리플 패키지’라는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준다. 미국에서 자식들을 스파르타식으로 강하게 키우는 소위 ‘타이거 맘’으로 한국의 학부모들한테 많이 알려진 예일대 교수 에이미 추아와 같은 예일대 교수인 남편 제드 러벤펠드가 같이 쓴 책이다. 왜 중국계와 유대계가 미국 사회에서 성공하는가를 분석하여 그 해답을 세 가지 요소로 꼽았다.

두 예일대 교수가 꼽은 세 가지 요소는 두 민족이 장구한 역사나 문화 또는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민족적 자긍심, 그러나 그 자긍심이 미국 주류사회에서 언제든지 거부되고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 우수한 민족이지만 개개인은 뛰어나지 않으므로 각자는 유혹을 뿌리치고 강한 절제력으로 노력하고 인내하는 것이다. 최근 내 학생들을 면담할 때는 우선 지도교수로서 내가 가진 약점, 콤플렉스, 유학생활 동안 그리고 교수가 되기 전의 고생과 불안감, 비주류로서의 불안감과 극복 등을 이러한 트리플 패키지에 투영하여 공감을 얻는다. 그러고 나서는 학생 본인들의 장점과 자부심을 가질만한 점, 약점과 불안감의 존재, 그러한 것들을 극복하고 발전하기 위해 인내를 가지고 노력을 경주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한 예로 들 수 있는 자리 잘 잡은 연구실 출신 제자들도 나오고 있어 학생들은 대체로 내 얘기와 설득에 공감하는 편이다. 힘들었던 장기간의 유학생활 때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받았던 질책과 비판 가운데 간혹 지도교수님이 해주셨던 격려와 희망을 주는 말씀은 오아시스와 같이 느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이러한 면담을 통해 특히 박사과정 학생들은 앞으로 나와 같이 동일한 분야의 학문의 세계에서 활동한 미래의 인재들이므로 같은 비전을 공유하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있다.

대학원을 들어와 석사, 박사과정을 마치고 박사후연구원 등을 거쳐 마침내 학자나 연구자로 자리 잡는 것은 마치고 나면 보람차지만 정말 기나긴 여정이다. 이러한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학문의 길을 열어 준 지도교수, 대학원 동료, 선후배와 같이 비전을 공유하면서 나가는 것을 알게 될 때 큰 힘을 얻고 끝까지 나아 갈 수 있다.


디지털타임즈 2014-12-01 게재
http://m.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4120202102351103001
 
고려대학교 대학원 생명공학과 교수 김경헌
khekim@korea.ac.kr